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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4/28 [07:56]

"세월호, 추모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4/28 [07:56]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세월호에서 희생된 어린 영혼들에 대한 추모를 그만하라니, 지겹다라니 이게 웬 말입니까. 천부당만부당한 얘기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날,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그 참담한 현실에서 300여 명의 어린 영혼들이 수장되고 말았습니다. 이 참상이 어찌 몇 년 만에 지겨운 기억이 될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영혼들은 동시대를 살아갔던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분들도 그 어린 영혼들에 대한 기억과 추모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상적 국민이라면 이제는 추모의 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그 어린 영혼들을 외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말은 결국 ‘세월호 장사꾼’들이 지겹다는 것이고, 그 장사꾼들이 오히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추모의 아픔을 갉아 먹고 있다는 탄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요되는 추모가 오히려 순수한 추모를 방해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으로도 이해됩니다. 

 

우리 국민들의 순수하고도 끈질긴 추모의 열기와 세월호가 지겹다는 소리가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믿음에서, 비로소 세월호를 둘러싼 지긋지긋한 진영논리의 왜곡과 편견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세월호의 아픔에 앞으로도 진심으로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이제 멈춰야 할 것도 있습니다. 세월호를 장사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의 여지들을 우리 주변에서 말끔히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첫걸음은 이쯤에서 ‘세월호 장사꾼’들을 가려내 세월호로부터 격리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세월호 장사꾼들은 누구일까요? 300여 가녀린 영혼들의 희생이 그저 ‘고마운’ 분들이 바로 장사꾼들입니다. 추모를 빙자해 과도한 잇속을 챙긴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세월호를 빙자해 과도한 잇속을 챙긴 사람들 중에서, 유가족들은 당연히 제외되어야 합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어린 자식들을 잃은 분들이기에 그러합니다.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유가족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것도 삼가야 할 일입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끈질긴 장사꾼들은 ‘세월호 음모론’으로 돈을 벌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인정되기 전에는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자들입니다. 

 

세월호 관련 대표적 음모론자는 추미애 전 장관이 ‘팩트에 충실한 언론인’이라고 추켜세웠던 방송인 A씨입니다. 방송인 A씨가 제작한 다큐 <그날 바다>와 영화 <유령선>은 세월호의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기반으로, '누군가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방송인 A씨의 이러한 황당음모설을 ‘팩트’에 기반해 무너뜨린 사람은 보수진영에서 좌파성향 언론사로 취급받기도 하는 ‘뉴스타파’의 B모기자였습니다. B기자는 7년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취재에 올인 했던 국내의 거의 유일한 기자로서, ‘충실한 팩트’에 근거해 방송인 A씨의 음모설을 단호하게 반박했습니다. 

 

“2014년 참사 직후 부실했던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 검증이 없었다. 그 공백을 방송인 A씨와 A 감독의 항적조작과 앵커침몰설, 네티즌 자료와 A 교수의 잠수함 침몰설 등 비합리적 침몰 가설들이 치고 들어와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서 선체 표면에 충돌 흔적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 세월호 속 차량의 블랙박스가 일부 복원됐으며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도 확인됐다. 이후 잠수함 충돌, 앵커 침몰설, AIS 항적 조작 등은 당연히 음모론으로 치부될 줄 알았다......고의침몰설 등을 주장했던 방송인 A씨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의 음모론은 진상규명에 많은 혼선을 초래했다”(B모 기자) 

 

세월호의 희생을 발판삼아 집권했던 권력이 7개의 조사기관을 통해 8번이나 조사, 감사, 수사를 진행시켰고, 이제는 9번째로 특검이 진상규명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진상규명한다며 들어간 돈만 720억 원이고, 세월호 인양비용 1400억 원까지 합하면 2000천억 원이 넘는 돈이 황당한 음모론을 사실로 만들어보겠다고 투입된 셈입니다. 

 

도대체 불의한 권력이 조사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했으면 진상규명이란 것이 애초 불가능했거나 이미 다 된 것임에도 아니라고 우기는 상황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조사해야 할 과제로 제시한 것들은 모두 ‘음모론’과 연관된 의혹들뿐입니다. 소설이 사실로 둔갑할 때까지 진상이란 없다는 것이며, ‘진상규명론’이 ‘진상’을 덮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서 B기자의 얘기를 다시 들어 보면, “세월호 침몰원인은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내인설 보고서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됐음에도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다고 본다......당시 선조위는 현재 사참위와 비교하면 해양 선박 전문가들이 훨씬 많이 합류한 전문가 중심 조사기관이었다. 지금 사참위는 시민단체 출신 조사관들이 주류다.”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안됐다는 이유로 더더욱 어린 원혼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잔인한 ‘규명 고문’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며, 그 주체들은 해당분야 전문가들도 아닌 시민단체 출신들로서 ‘음모론’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지적입니다. 

 

“굉장히 실망하셨다고 생각을 하지만, 저희는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수사는 다 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는 올해 초,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 가운데 사실상 7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매우 곤혹스러워했던 검찰의 세월호 특별수사단 임관혁 단장의 하소연입니다. 근거 부족한 ‘음모론’을 수사해달라고 했으니 예정된 결말이었던 셈이지만, 수사단장이 ‘되지도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머리를 숙여야 했으니, 어찌 보면 황당하기도 합니다. 더 이상 규명할 ‘진상’은 없고 ‘음모론’만 남았다는 것일까요?

 

세월호 참변을 통해,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과도한 잇속을 챙긴 사람들은 정치권에도 많습니다. 문대통령께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고맙다’고 써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설마 일국의 대통령께서 정치적 이득에 고마워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어린 희생들이 우리나라를 보다 안전한 사회로 발전시키는데 밀알이 돼줬다는 감사였겠지요.

 

이유가 무엇이든, 세월호 파장이 정치적으로 과도한 잇속으로 결과 된 쪽에서는, 더더욱 세월호 문제에 진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법 효과가 좋았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진정으로 세월호를 추모하는 국민들로부터 오히려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문제에 정치적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7주기 정부 행사에 5년 만에 참석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세월호 당시의 책임여당으로서 적어도 국민의힘 쪽에서 ‘그만해라’ 소리는 애초부터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천안함 폭침은 ‘해난사고’라고 우기고, 해난사고인 세월호는 반대로 ‘외력에 의한 침몰’이라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 그래서 정치적으로 금전적으로 이득을 챙기며 웃고 있는 자들이 설치는 나라는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격을 갉아먹는 기생충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세월호 문제로 흥분하기 싫었지만, 7년 전 그날 희생된 고귀한 영혼들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끈질기기가 고래심줄 같은 ‘세월호 장사꾼’들을 오버랩 시키면 어쩔 수 없이 치솟는 분노를 제어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세월호의 고귀한 영혼들에게 고개 숙이며, 못된 장사꾼들에게 버럭 외치고 싶은 오늘입니다. “고마 해라! 마이 무거따 아이가!”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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