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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가능할까요?

‘정치인 윤석열’, 등장만으로 밥값은 했다.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3/10 [21:00]

‘윤석열 대통령’이 가능할까요?

‘정치인 윤석열’, 등장만으로 밥값은 했다.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3/10 [21:00]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남과 동시에 ‘정치인 윤석열’로 변신했습니다. 스스로 정치 입문한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건만, 정치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이미 직접적 입장 표명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가 범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가 되어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부터,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에 그치는 정치적 미숙아로서 그의 정치적 인기는 ‘일시적 거품’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평가자의 정치적 관점과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치인 윤석열’은 ‘범야권 차기대선 선두주자’라는 위상을 분명하게 점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국 파동과 ‘추미애와의 대립’을 거치면서 한때 차기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다가 10%대까지 급락했던 지지율이, 검찰총장직 사퇴와 함께 ‘정치인 윤석열’ 위상의 첫 조사에서 1위로 치솟은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정치인 윤석열’이 ‘반문재인 진영’에 정치적 입지를 분명히 하는 한, 지지율이 어느 날 갑자기 거품처럼 사라질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간 모든 여론조사들에서 ‘정권연장’보다 ‘정권교체’ 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도, 정작 주자 지지율에선 ‘정권연장 후보’들이 1, 2위를 다툴 뿐, ‘정권교체 후보’들은 바닥을 기는 양상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다수의 국민들로선 참으로 환장할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희망이 되기엔 너무 허접하고 초라했고, 변변한 야권 대선주자 하나 없다는 것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에겐 만성두통과 소화불량을 가중시키고 있던 마당에, 일약 ‘범야권 차기주자’로서 전체 1위 후보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정치인 윤석열’의 지지율이 거품이라고 말하거나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그 지지율의 근본이 철저하게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윤석열 지지율’이 부분적으로 등락을 할 수는 있어도, 실체도 없이 사라질 연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상은 그가 범야권 통합과 그에 기반한 유일 대선주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야권분열을 증폭시킨 채 제3후보로 끝까지 버틸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중도에 퇴장할 것인지, 세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굳이 점을 치라면, 현시점에서 지지율 1위의 후보가 범야권 단일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동안 범야권의 ‘반문재인 전선’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가 여권 주자만 고공 행진하는 여론조사 지지율이고, 둘째가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민주적 시민권의 제약이었습니다.  

 

부동산정책 실패를 포함한 집권당의 무수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에 대한 전망을 규정하는 차기주자 지지율에서 ‘반문 야권’이 바닥을 기고 있었으니 ‘반문 전선’이 활성화될 리 없었습니다. 만약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렇게 자주 공표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야권주자들의 존재감이 형편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돌풍’은 ‘반문전선’의 첫 번째 걸림돌을 시원하게 무너뜨린 셈입니다. 

 

둘째로 ‘코로나 정국’이야말로 ‘반문전선’ 확장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습니다. 위기에 닥치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멋진 전통도 작용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방역을 앞세워 집회의 자유를 봉쇄한 것이야말로 ‘반문전선’ 확대의 결정적 장애였습니다. 단언컨대, ‘코로나 계엄령’이 없었다면, 2017년 촛불시위에 버금가거나 능가할 규모의 대중 궐기가 연일 광장과 거리를 메웠을 수도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류의 사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촛불 민심’이 세월호사건과 최순실이라는 두가지 실체적 재료를 기반으로 온갖 정략적 가설들을 묶어 창조된 집단적 허위의식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촛불 민심’이 불의한 권력에 맞선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대한 민주주의 정신의 분출이었다면, 2021년 오늘에도 위대한 촛불 민심은 시퍼렇게 살아 작동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할 것입니다. 적어도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는 탄식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상을 지나친 억측이라고 매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전히 ‘코로나 계엄’ 상태가 대한민국 민초들의 정치적 행동을 제약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권유지 후보’들의 독주를 가로막고 솟아난 ‘윤석열 지지율 돌풍’은 ‘반문 전선’ 확대의 숨통을 터 준 것이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요, 사이다가 솟아나는 오아시스나 다름없습니다. 

 

정치인 윤석열이 갖는 현시점의 큰 약점은, 스스로 시대정신을 선도하며 정치리더로서의 무게를 키워 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권교체 열망의 ‘반사체’ 성격이 너무 짙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약점은 ‘고집스러운 수사 기술자요 검찰주의자’라는 명찰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한 열혈검사라는 훈장의 이면에는 ‘검찰 적폐’의 본산이라는 주홍글씨도 따라 붙어있습니다.

 

물론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이명박, 박근혜의 ‘죽은 권력’에 칼을 휘둘렀다는 비판도 야권주자로서는 큰 부담이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권력과의 투쟁에서 획득된 훈장으로 조금은 커버될 여지가 있습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이 ‘죽은 권력’은 물론 ‘살아있는 권력’에도 최소한의 일관성을 보였던 점이 어느 정도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리더로 직행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와 정치수준을 끌어내린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적 지도자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더 적합하다는 점에서도 환영하기 어렵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기껏 ‘수사 기술자’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180석 거대여당의 독주, 민생정책의 실패, 집권세력의 도덕적 흠결 등이 중첩되면서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빨간 등이 켜진 상황이 비상식적인 일들을 상식으로 변모시킨 듯합니다. 

 

좌파 포퓰리즘의 득세라는 비판을 넘어, ‘연성 파시즘’으로까지 비난받고 있는 집권당의 일방주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전통적 균형감각에 적신호를 보낸 지 오래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검찰총장은 그래서 본인이 의사에 관계없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라는 역설적 시대정신의 조류에 자연스럽게 올라 탄 셈이 되었습니다. 

 

대선 1년 전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대로 끝까지 간 적도 있고, 중간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했던 적도 있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었습니다. 따라서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 근처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현 시점에서 아무도 확언할 수 없습니다. 그가 과연 대통령 ‘깜’인지, 아닌지도 선뜻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가 사퇴의 변에서 언급한대로,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의와 상식, 공정’의 아이콘으로 성장해갈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위해 일면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싹수가 없다는 단정적 시각도 아직은 유효한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차기 대선이 여권주자들 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되기보다는, 여야 간 대등한 체급의 생산적 대결이 이뤄져야 나라가 이롭고 국민이 이롭습니다. ‘검사 윤석열’의 대권주자 도약이 여러 면에서 찜찜한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가 정치권 등판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촉발시켰다는 점은 일단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20년 정권’을 호언하며 오만하던 집권세력에게 국민에 대한 경외심을 상기시키는 한편, 빈약한 제1야당과 범야권 전체의 기력회생을 위한 ‘수족관의 메기’로도 기대된다는 점에서, 성급한 우려보다 긍정적 관심을 갖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가 어떠하든지, ‘여론조사 지지율’의 수렁과 코로나의 폐해 등으로 맥 빠질 듯했던 차기 대선경쟁구도에 문득 등판하여 긴장과 흥미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이미 ‘밥값은 했다’고 조용 조용 우기고 싶은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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