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즈음, 말에 대한 세시풍속은...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2/09 [14:40]

설날 즈음, 말에 대한 세시풍속은...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2/09 [14:40]

▲ 사진제공-마사회     

[미디어이슈=박종완 기자] 음력 설과 정월대보름에는 복조리를 걸어놓거나 연을 날리며 액을 막고 복을 빌었다. 옛날에는 중요한 가축 중에 하나였던 말(馬)을 수호신으로 생각해서 설 즈음 말과 관련된 민속놀이를 행하기도 했다. 설(2월 12일)‧정월대보름(2월 26일)을 맞이하여 말 관련 세시풍속을 소개한다.

 

▶말날

정월 초하루부터 열이틀까지 십이지신의 순서를 차용해 ‘정초 십이지일’이라고 한다. 즉 음력 1월 1일이 ‘쥐의 날’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따진 ‘말의 날’, 즉 음력 1월 7일은 ‘첫 말날’이 되며, ‘상오일(上午日)’이라 한다. 지금은 말(馬)을 부리고 기르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말이 군사용, 교통‧통신용으로 많이 활용되었기 때문에 말의 날을 두어 노역과 농사일로 힘들었던 말을 위로하고 쉬게 했다.

 

경남에서는 설 전에 장을 담그지 못한 가정이 첫 말날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달고 좋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말날에 말이 좋아하는 콩으로 장을 담그기 때문에 장맛이 좋다는 이유와 맛이 좋은 장 빛깔은 말의 핏빛처럼 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두 가지 설이 전해 내려온다. 정월에 장을 담그지 않으면 3월에 담그는데 이때도 말날에 담가야 맛이 좋다고 한다. 전남에서는 말날을 길일로 여겨 고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속 중 하나다.

 

▶용마놀이

전북 남원에서는 그 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 위해 용마놀이를 했다. 매년 섣달그믐이나 정월대보름에 남원성을 중심으로 남과 북, 두 편으로 나누어 각각 큰 나무용과 나무말을 만든다. 남쪽은 오색무늬 백룡이, 북쪽은 오색무늬 흑마가 만들어진다. 

 

정월대보름 한낮이 되면 수백 명의 장정이 백룡과 흑마를 태운 수레를 메고 등장한다. 호위장수는 용과 말 옆에서 장정들을 지휘한다. 양 편은 호위장수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며 싸우는데, 용마를 빼앗기거나 호위장수가 수레에서 떨어지면 승부에서 패하게 된다. 이긴 편은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광장을 한 바퀴 돈다.

 

용마놀이는 관(官)에서도 후원하는 남원의 가장 큰 행사였다. 일제강점기에 소멸되었다가 최근에 남원 지방의 전통놀이로 명맥을 이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죽마제

전남 신안군 도초면 고란리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제를 지냈다. 당제에서는 마신(馬神)과 천신(天神), 지신(地神) 등 당신(堂神)을 모신다. 마신은 마을의 재액을 막아주고 풍요를 관장한다. 

 

당제가 끝나면 죽마제라는 민속놀이가 시작된다. 마을 주민들은 대나무와 짚을 엮어 만든 말을 탄 마장사(馬將師)에게 제물을 대접한 후 마장사가 죽마를 타고 달리면 쫓아가며 말의 머리와 입을 회초리로 때린다. 말의 입 부분이 터지면 그 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죽마를 탄 마장사와 주민들은 쫓고 쫓기다가 엄감포 포구에 이르면 마신(馬神)에게 제사를 지내고 죽마를 바다에 버렸다. 말은 민간에서 수호신인 동시에 신에게 바치는 귀한 제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윷놀이

우리나라 명절 최고의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윷놀이에도 두 종류의 말(馬)이 등장한다. 먼저 편을 나누고 ‘윷가락’이라고 불리는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나무막대 네 개를 던지는데, 뒤집히거나 엎어진 패에 따라 윷판 위에서 칸을 이동해가며 위치를 표시해주는 ‘말’이 있다. 놀이에서 사람 대신 움직여 주는 것을 우리는 약속처럼 ‘말’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말은 네 개의 막대를 던졌을 때 나타나는 패에 등장한다. 윷놀이의 패는 가축의 세계를 옮겨 놓은 형상으로 도(돼지), 개, 걸(양 또는 조랑말), 윷(소), 모(말)로 이루어진다. 가장 많이 전진하는 것이 모라 예부터 사람들의 인식에 말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월에 즐겼던 윷놀이에는 농경사회에서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윷판은 농토이고, 윷말은 놀이꾼이 윷을 던져 나온 윷패에 따라 움직이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해 풍년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부여, 고구려, 옥저 등에서 이미 ‘목장’의 기록이 있을 만큼 한반도에서 말은 그 역사가 깊다. 그래서인지 한 해를 여는 ‘정월’에 말에게 휴식을 주고, 말의 형태를 빌어 놀이를 즐기며 말의 수고를 기리는 풍속은 계속되고 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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