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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신년회견의 명장면들...

"100년 지도자에게 하찮은 말실수가 대수랴"

박종완 기자 | 기사입력 2021/01/19 [11:36]

文 대통령 신년회견의 명장면들...

"100년 지도자에게 하찮은 말실수가 대수랴"

박종완 기자 | 입력 : 2021/01/19 [11:36]

▲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은 두고두고 화제가 될 듯한 명장면들을 남겼습니다. 그 중 압권은 ‘입양아 사망사건’과 관련된 실언이었습니다. 한 번 입양된 아이를 교체하거나 반품할 수 있다는 식으로 들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청와대가 ‘입양제도 개선’을 말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사전 리허설까지 했다면서 이런 황당한 실수가 있었던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들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말실수’ 또는 ‘진의의 왜곡, 과장’이라고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한 말실수의 내면에서 읽혀지는 ‘철학적 빈곤’의 문제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는 듯합니다. 

 

문대통령이 연출한 두 번째 명장면은, 부동산 대출규제관련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질문한 기자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거론하며 질문하는 순간, 당황한 듯한 대통령은 ‘전문적인 것은 모른다’라면서, 대출규제 문제와는 전혀 동떨어진 동문서답으로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사회자가 서둘러 분위기를 바꿔야 할 만큼, 안쓰러운 장면이었습니다.

 

‘불통 대통령’이란 지적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기자들과 대면은 못했어도 ‘현장방문’을 통해 소통했다는 답변도 손꼽히는 명장면이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은 국민이 의아해하는 의문들에 대해, 적시에 대통령의 소신과 입장으로 답하는 것이 우선이고 본질입니다. 

 

‘현장방문’이란 것이 4억씩이나 퍼부었다는 ‘임대주택 현장방문 쇼’ 비슷한 것으로만 채워졌다고 믿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현장방문이란 것은 국민적 의문과 답답함에 대한 소통의 자리라기보다 대개는 청와대가 의도한 자리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본질일 것입니다. 국민적 불통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현장방문’으로 변명하는 것도 일종의 동문서답일 뿐입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국민들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 대통령이 법무부든 대검청사든 이른바 ‘현장’을 찾아가서 소통에 노력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느끼는 ‘소통의 결핍’은,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만나지 않았거나 현장을 찾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해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었을 때, 대통령은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절박하게 궁금해 할 때, 대통령님은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가 국민들이 묻고 있을 때, 뒤늦게 억장이 무너지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소통의 본질’은 기자와의 대면도 현장을 방문할 필요도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씀도 명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도 멋졌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씀을 지금에 와서야 들어야 하는 것인지요. 기자를 못 만나서? 현장을 찾아가지 못해서? 소통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은 소통의 형식이나 방식의 문제와 전혀 무관한 얘기임에도, 이 역시 동문서답으로 비껴간 것은 ‘불통 그 자체’를 스스로 입증하신 명장면이었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여당이 당헌을 고치는 무리수를 동원해, 보선 후보를 내기로 한 것에 대한 대통령님의 답변도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습니다. 헌법도 국민이 원하면 고칠 수 있는데, 당원이 원해서 당헌을 고친 것이 뭐가 문제냐? 백번 천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대통령님 말씀은 법규 개정의 절차와 형식만 갖추면, 어떤 결과도 용인할 수 있다는 말씀과 같습니다. 그로 인해서 인륜과 천륜이 무너진 들, 민주와 자유, 정의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가 추락한들 상관없다는 얘기입니다. 히틀러의 만행도 절차적 합법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당대표로 계실 때, 그러한 규정을 만드신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염치와 국민에 대한 예의,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비리 엄단 의지 등의 표현이셨다고 믿습니다. 그 고귀한 뜻이 무너진 것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시든가, 아니면 당에 책임을 떠넘기시는 것이 차라리 옳았다고 봅니다. ‘헌법도 고치는데 당헌이 대수냐’라고 말씀하신 것은 입양아 관련 말실수보다 더욱 대한민국 정치의 도덕성과 품격을 떨어뜨린 역사의 명장면으로 꼽힐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번 회견에서는, 전직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운을 남기는 시기상조론’,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간절하고 애절한 믿음,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씀하셨던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한 뒤늦은 인정, 백신확보가 늦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BBC기자의 질문에 ‘결코 늦지 않았다’는 통렬한 반격 등, 화려한 미사여구와 내일에의 환상적 기대가 멋지게 어우러진 명장면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대통령님을 칭송했겠습니까. 이재명 지사가 재미 붙인 ‘세금 뿌려 생색내기’에 손을 들어주셨으니 감동감화, 감읍하는 모습이겠지만, ‘100년의 위대한 지도자’로 숭앙받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사소한 말실수를 제외한다면, 국민들도 모두 대통령님의 ‘좋은 말 대잔치’에 그저 감읍해야 옳다고 믿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코로나 상황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씀에 무조건 박수를 보냅니다. 쓰린 가슴을 부여안고 대통령님의 신년 회견에서 희망을 찾기 갈망했던 국민들에게 대통령님의 이러한 장담이 큰 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통령님의 고귀한 말씀에, ‘유체이탈 화법’이니(진중권), ‘통합도 소통도 없다’(국민의힘) 등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불경한 자들에게 눈과 귀를 닫으시고, 올 상반기만 버티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대통령님의 신통력이 반드시 현실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반기까지 참고 견뎠음에도 봄날이 오지 않는다면, 대통령님을 감히 ‘예비 수감자’로 거론한 장성민 전 의원의 막말이 혹여 현실이 될까 심히 두려워 잠 못 이루는 오늘입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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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고도나라가 2021/01/19 [15:47] 수정 | 삭제
  • 조은산의 시무칠조가 울고갈 천하의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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